대구 미분양 3년치 데이터 해부…2023년 1만3천 호에서 2026년 현재까지
대구 부동산 시장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숫자가 '미분양'이다. 지난 3년간 대구는 전국에서 미분양 관리 지역으로 가장 주목받는 광역시였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공식 통계를 토대로 2023년부터 2026년 초까지의 미분양 흐름을 구간별로 뜯어본다.
2023년 초 대구의 미분양 주택은 약 1만 3천여 호를 기록했다. 전국 미분양의 20%가 대구에 몰려 있다는 표현이 공식 문서에 등장할 정도였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 이른바 '악성 미분양'이 수천 호 단위로 누적되면서 시장 전반의 분위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낮추거나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확장 무상 제공 같은 파격적인 할인 조건을 내걸었지만 매수 심리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2024년은 변곡점이었다. 상반기까지는 여전히 1만 호 안팎의 미분양이 유지됐지만, 하반기 들어 매월 수백 호씩 소진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연이어 단행되면서 주담대 금리가 하락했고, 수도권에서 밀려난 실수요자 일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대구 신축으로 눈을 돌렸다. 2024년 12월 기준 대구 미분양은 약 8천 호 수준까지 내려왔다.
2025년은 완연한 회복세로 전환한 해였다. 매월 500~800호씩 미분양이 꾸준히 소진되면서 하반기에는 5천 호대 초반까지 감소했다. 청약 경쟁률도 눈에 띄게 올라갔다. 2023년 평균 0.5:1에 불과했던 대구 청약 경쟁률이 2025년 말에는 일부 단지에서 10:1을 넘는 사례가 나타났다. 특히 수성구·달서구 주요 단지는 1순위에서 마감되는 경우가 늘었다.
2026년 1분기 현재 대구의 미분양은 4천 호 초반까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3년 전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다만 지역별 편차는 크다. 수성구와 달서구는 미분양이 거의 남지 않은 반면, 동구·서구 외곽 지역은 여전히 일부 잔여 물량이 소진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지역 간 격차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준공 후 미분양의 흐름도 주목할 대목이다. 2023년 정점에는 약 2천 호를 넘겼던 대구 준공 후 미분양은 2026년 현재 1천 호 아래로 줄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준공 후 미분양 감소 속도가 전체 미분양 감소 속도보다 빨라지는 '건전성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분양 감소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겹쳐 있다. 첫째, 공급 측면에서 2024년 이후 대구의 신규 분양 물량 자체가 크게 줄었다. 건설사들이 미분양 소진을 우선하면서 신규 착공을 미룬 영향이다. 둘째, 금리 하락 국면이 실수요자의 매수 여력을 회복시켰다. 셋째, 수도권 대비 월등히 낮은 분양가가 외지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 넷째, 2026년 하반기 이후 대구 신축 입주 물량이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됐다.
다만 이 흐름을 일방적 회복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지역 부동산 리뷰에서 "대구는 여전히 수도권 대비 거래 회복 속도가 느리고, 일부 외곽 지역은 아직 가격 조정이 끝나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시장 전체가 방향을 전환했다고 선언하기보다, 주요 생활권을 중심으로 선별적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해석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먼저 2026년 하반기 이후 신규 공급의 재개 시점이다. 미분양 소진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건설사들이 다시 분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는 금리 경로다. 한국은행의 추가 인하 여부에 따라 실수요자의 매수 흐름이 크게 좌우될 것이다. 마지막은 공급·수요의 지역 편차다. 수성구·달서구 중심의 회복이 동구·서구·북구 외곽으로 확산되는지가 시장 정상화의 신호가 될 전망이다.
대구 미분양 데이터는 단순히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역 경제의 체력, 가계 부채의 건전성, 지역 건설사의 생존 가능성, 그리고 지역 주민의 주거 안정성이 모두 이 숫자 안에 녹아 있다. 2026년 봄, 대구 부동산 시장은 긴 조정기를 지나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 데이터가 말해주는 결론이다.